참을 수 없을 정도로 극적인 역사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평범한 일상의 동거

1: 이동 중의 임시 거주

전시를 위해 운전을 배웠다. 네덜란드의 자전거 도로에서 손으로 주고받는 신호체계와 교차로의 규칙은 도로의 상황을 읽는 방법을 일찍이 체득하도록 했다. 페달을 밟으면 나아가고, 발을 떼면 서서히 느려지고, 내리막에서는 가속도가 붙는다. 개인화된 이동을 가능하게 한 자전거와 자동차는 두 개의 한자어를 공유하는 것처럼 어떤 면에서는 밀접하게 닮아있다. 다만, 자전거와 달리 자동차는 ‘옆’에 누군가를 태울 수 있기에 운전자는 언제나 중앙으로부터 ‘옆’으로 비켜나 있다. 육중한 기계를 조작하는 이가 그것의 중심이 아니라는 감각을 익히는 데 며칠이 더 걸렸다.

내 뒤에는 작품과 짐이, 옆에는 작가가 앉아 있다. 작품은 자동차에 실려, 작업실로부터 관람자를 만나기 위한 첫 번째 장소로, 다시 두 번째 장소로, 전시장이라는 두 개의 임시 거주지를 거쳐 다시 본래의 거처인 작업실로 되돌아가는 미래가 예정되어 있다. 물리적 장소의 변화에서 나아가 자신을 다른 상태로 이행시키는 모든 변화를 ‘움직임’이라고 한다면, 전보다 가벼운 실로 뜬 모빌(mobile)은 불균형한 상태를 아슬아슬하게 유지하며 공기의 흐름에 의해, 에어컨 바람에 의해, 인간에 의해, 이동 수단에 의해 공중에 뜬 채로 움직인다.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여러 방식으로 부지런히 옮겨 다닌 작품은 시간과 그 움직임에 맞춰 스스로의 모습을 조금씩 변형해 가며, 자신이 놓인 작은 세계에 적응한다. 목탄과 소프트 파스텔로 그려진 드로잉은 모빌과 조응하며 각자의 ‘옆’을 내어준다. 서로의 거리를 조율하며 만들어내는 3차원의 궤적은 여덟 장면이 품은 무대를 불러온다.

이렇게 뿌리 없는 예술 작품의 움직임은 장소들을 유연하게 연결한다. 어떤 곳에도 속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 세계에 속한다. 인천아트플랫폼에서 부산 스페이스 닻까지 약 420km. 손에서 빛으로 옮겨간 신호를 읽으며 이동한다.

2026년 10월 14일 수요일